이 글은 ‘더 가디언’의 <Interoception: the hidden sense that shapes wellbeing> 의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작성자: David Robson
내부 장기에서 뇌로 전달되는 신호가 감정 조절 및 불안과 우울증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내수용 감각
안전하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가슴 속 심장 박동을 느껴보세요. 손으로 맥박을 짚지 않고도 심장 박동의 리듬을 셀 수 있나요? 아니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나요? 이 간단한 테스트는 내부 장기의 감각을 뇌가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인 '내수용 감각'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내수용 감각은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과 처럼 '외수용 감각’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학자들은 내수용 감각이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과 불안 및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을 결정할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고 있다.
이 분야는 현재 신경과학 및 심리학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영역이며, 내수용 감각에 대한 학술 회의 논문이 쏟아지고 있다. 런던 대학교 로열 홀로웨이의 심리학자인 마노스 차키리스 교수는 "내수용 감각 연구에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수용 감각에 대한 연구들에서 자신의 몸과 내장 감각에 대해 집중하고 조율하는 방법을 통해 정신 건강 문제를 치료하는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심장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 정신을 더 잘 돌볼 수 있는 것이다.
• 신경과학(Neuroscience): 신경계의 구조, 기능, 발달 등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
• 내수용 감각(Interoception): 신체 내부 장기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뇌가 인지하는 능력.
• 수용체(Receptors): 특정 신호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세포 또는 신경 말단.
감정의 기원
우선, 몇 가지 정의가 필요하다. 내수용 감각이란 심혈관 시스템, 폐, 장, 방광, 신장을 포함한 내부 장기에서 오는 모든 신호를 포함한다. "뇌와 내장 사이에는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합니다" 심리학자 마노스 차키리스 교수가 이야기 한다.
이러한 신호 처리의 대부분은 무의식 속 에서 일어난다. 예를 들어, 혈압을 유지하기 위한 뇌와 신체 간의 자동 피드백이나 혈당 수준을 안정화 하려는 신호를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근육의 긴장, 위장의 경련, 심장 박동과 같은 감각 중 일부를 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런 느낌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기분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 심혈관 시스템(Cardiovascular system): 심장, 혈관, 혈액으로 구성되어 산소와 영양분을 운반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순환계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의 헬렌 웽 박사는 "연구자와 의사들은 내수용 감각을 정신 및 신체 건강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우리 몸의 신호를 이해하는 것이 감정적, 신체적 상태를 이해하고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은 1990년대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의 선구적인 연구에서 시작했다. 그는 감정이 '신체 표지'라고 불리는, 무의식 상태에서 일어나는 신체의 변화에서 시작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화난 개를 보았을 때 근육이 긴장하거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경우이다. 이러한 생리적 반응은 감정을 인식하기도 전에 발생하며, 뇌가 내수용 감각을 통해 신체 내부 상태의 변화를 감지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감정을 실제로 경험하고 행동을 형성하도록 허용한다. 뇌와 신체 간의 상호 작용 없이는 행복, 슬픔 또는 흥분과 같은 감정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신체 표지(Somatic markers): 특정 상황이나 자극에 대한 신체의 비의식적인 생리적 반응으로, 감정 및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다마시오는 그 근거로 무의식적인 신체 반응을 생성하는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과 같은 영역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의 의사 결정 능력에 대해 설명한다. 그들은 끔찍한 자동차 사고 사진을 보았을 때, 아주 미미한 생리적 변화와 감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충격이나 혐오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실제로 그 감정을 경험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손상된 내수용 감각과 감정 인식은 그들의 의사 결정을 방해했다. 저녁 메뉴에서 어떤 식사를 할 것인가 같은 단순한 문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것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옳고' '그른' 직감이 내수용 감각에서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 뇌의 전두엽에 위치한 영역으로, 감정 처리, 의사결정, 사회적 행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직감(Intuition): 의식적인 추론 없이 즉각적으로 어떤 사실이나 진실을 파악하는 능력.
뇌 손상이 없는 사람들도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내수용 감각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분 동안 심장 박동을 세도록 요청한 다음 실제 측정값과 비교하거나 규칙적인 심장 박동 소리를 들려주고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심장과 일치하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신체 신호를 얼마나 자주 알아차리는지 묻는 설문지를 통해 내수용 인식도를 측정할 수도 있다.
이런 테스트를 통해, 사람들이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과 내수용 감각이 관련성을 엿볼 수 있다. 신체 신호를 더 섬세하게 느낄수록, 자신의 감정을 더 섬세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반증이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가장 현명한 대응 방식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많은 정신 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심장 박동을 세는 과제에서 더 낮은 점수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신체 신호를 느끼는 능력 감소는 무기력감과 감정적 무감각 같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는 감정의 배후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불안을 겪는 사람들은 내수용 신호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보고하지만, 정확하게 읽어내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심박수에서 작은 변화를 실제보다 훨씬 크다고 오해할 수 있으며, 이는 자신의 감정이 붕괴되고 공황감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브라이튼 서식스 의과대학의 휴고 크리츨리 교수는 낮은 내수용 인식도가 '이인화'와 해리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정신병의 초기 증상이자 망상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내수용 감각이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자아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이러한 환자들에게서 내수용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 이인화(Depersonalisation): 자신으로부터 분리되거나 현실감이 없는 것처럼 느끼는 상태.
• 해리(Dissociation): 생각, 감정, 기억, 정체성 등이 분리되어 통합되지 않는 정신 상태.
• 정신병(Psychosis): 현실과의 접촉을 잃게 되는 심각한 정신 질환으로, 망상, 환각 등의 증상을 동반.
• 망상(Delusions):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잘못된 믿음을 확고하게 유지하는 정신 증상.
새로운 치료법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치료법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나, 긍정적이다. 크리츨리는 최근 불안 장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121명의 자폐성 성인과 함께 개선된 내수용 감각이 스트레스 감정을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6회 세션 동안, 참가자의 절반은 심장 박동 감지 과제를 반복적으로 시도하고 그들의 수행에 대한 상세한 피드백을 받았다. 한편 대조군에 속한 참가자들은 사람들의 말에서 감정적 뉘앙스를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고안된 음성 인식 훈련에 참여했다. 이 훈련은 그들의 삶에 유용할 수 있지만, 내수용 인식도를 특별히 목표로 하지 않았다.
이달 초 란셋(Lancet)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팀은 내수용 감각 훈련 그룹이 3개월 후 불안 발생률이 현저히 낮았으며, 대조군의 16%에 비해 31%가 불안 장애에서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발견했다. 크리츨리는 "내수용 감각 훈련이 자신의 생리적 경험을 인식하는 능력을 향상시켰고 그로인해 자아의 붕괴를 막아준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연구팀이 더 다양한 학생 집단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확인했지만, 해당 연구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고 전한다.
사람들의 내수용 감각을 향상하는 방법으로 명상이나 마음 챙김을 연구하는 팀들도 있다. 물론 여러 종류의 마음 챙김이 있으며, 그중 일부는 정신적 경험이나 생각의 흐름에 더 집중한다. 시애틀 워싱턴 대학교의 신시아 프라이스 교수는 참가자들이 신체 영역에 따라 내부 감각에 순차적으로 집중하는 훈련 프로그램을 테스트했다.
이 훈련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약물 중독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감정을 조절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다시 약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몸으로부터 분리되거나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증상을 이야기 한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내수용 감각에 집중하는 훈련이 우울증 증상과 약물에 대한 갈망을 낮추었다. 그리고 1년 동안 진행된 또 다른 추적 실험에서는 표준 치료를 받는 사람들에 비해 내수용 감각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그녀는 이 방법이 건강 상태와 관계없이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새로운 기술이 이 과정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차키리스는 귀에 착용하여 미주신경에 미세 전류를 전달하는 장치를 연구했다. 미주신경은 장, 심장, 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장치로 미주신경을 약하게 자극하자, 심장 박동 감지 정확도가 높아졌다. 그는 "뇌와 신체 사이의 소통이 강화되고, 대역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이것이 초기 연구 결과임을 강조하지만, 추가 연구를 통해 이점이 확인된다면, 내수용 감각을 훈련하는 마음 챙김 운동에 함께 사용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 미주신경(Vagus nerve): 뇌간에서 시작하여 심장, 폐, 소화기관 등 여러 내부 장기로 뻗어나가는 주요 신경.
내면의 힘
가장 흥미로운 점은 특정 신체 운동이 정신 건강에 왜 도움이 되는지 내수용 감각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뇌가 받는 신호의 본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크리츨리는 "운동 부족으로 인해 신체 상태가 약화되면 불안과 관련될 수 있는 증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한다. "신체적이든 감정적이든 도전을 겪을 때 심장이 더 빨리 뛸 것이다." 그러나 몸이 더 건강해지고 심장과 같은 장기가 부담을 더 잘 처리하게 되면, 신체는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 더 탄력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감정으로 가득한 일상 생활에서 도움이 된다.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운동 자체가 몸이 보내는 신호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신체의 변화를 더 정확하게 감지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차키리스는 "모든 운동선수들이 높은 감정 조절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에요"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그들의 내수용 시스템이 더 잘 조율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분명 이점을 가집니다."
도움이 되는 것은 유산소 운동만이 아니다. 근력 훈련이 불안감을 특히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이는 더 탄탄해 보이는 모습에서 오는 자존감 향상에서 비롯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근육의 크기가 커지지 않더라도 그 효과는 유지된다. 이 것은 운동 자체가 근육에서 받는 내수용 신호를 변화시킨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근육을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신체적으로 더 튼튼하고 위협에 대처할 능력이 있다고 느끼며, 이는 자존감과 정신적 회복력 또한 강화한다.
과학 작가 캐롤라인 윌리엄스는 "근육에서 오는 내부 감각이 무의식적으로 세상에서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녀의 최근 저서 'Move!' (Profile, 2021)는 신체 운동이 정신에 이점을 줄 수 있는 많은 방법을 탐구한다. "근력 운동은 당신의 몸에 자신감과 함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내수용 감각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감각 중 하나이다. 만약 이 신호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 더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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