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THE MAGAZINE OF HAVARD MEDICAL SCHOOL’ 에 2024년 봄에 게재된 ‘Making Sense of Interoception’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작성자: Molly McDonough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인지하고 어떤 의미를 갖는가
세상이 고요해 보일 때 조차, 우리 몸속은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 세포가 형태를 바꾸고, 장기가 화학물질을 분비하며, 혈관이 확장되는 등 내부의 소란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때로는 신호가 뚫고 들어와 배고픔을 느끼거나, 방광이 가득 찼음을 인지하거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낀다. 이는 몸이 마음에 보내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이자 균형을 되찾아달라는 간청이다.
이러한 종류의 감각을 내수용 감각(interoception)이라고 부르며, 우리 몸 내부의 신호를 인지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라는 외수용 감각이 우리 주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반면, 내수용 감각은 심장, 장, 폐 등 내부 장기가 뇌와 상호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정보를 처리한다.
이러한 내부 감각은 신체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며, 불안, 중독, 섭식 장애, 만성 통증과 같은 여러 의학적 상태와 관련될 수 있다는 증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외부 감각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비교했을 때, "오랫동안 우리는 분자 및 세포 수준에서 내수용 감각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라고 하버드 의과대학 블라바트닉 연구소의 세포 생물학 교수인 스티븐 리버레스(Stephen Liberles)는 말한다. 이것이 바로 리버레스와 다른 연구자들이 ‘심신 연결(mind-body links)의 분자적 기반을 탐구’하며, 우리가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감지’하고 그것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이해를 재정립 하는 이유이다.
혼합된 신호들
잠시 멈추고 맥박을 짚지 않은 채,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나요?:
1980년대 초, 독일의 심리학자 라이너 샨드리(Rainer Schandry)는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의 신체 과정을 더 잘 인지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그는 연구 참가자들에게 손가락으로 맥박을 확인하지 않고 감각만으로 심장 박동을 세어보라고 요청했다. 샨드리는 참가자들의 심박수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다른 참가자들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박동 수를 세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흥미롭게도, 자신의 심장 박동을 더 잘 감지하는 사람들은 불안감을 더 많이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심장 박동 세기 과제는 자신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감지하는 능력, 즉 내수용 주의력(interoceptive attention) 또는 내수용 정확성(interoceptive accuracy)을 측정하는 주요 수단이 되었고, 이후 수십 년 동안 다른 많은 정신과 및 신경학적 질환 연구에 적용되었다. 라이너 샨드리(Rainer Schandry)는 후속 연구들을 통해서 불안감이 높을수록 내수용 감각을 정확하게 감지하는 능력이 높았던 반면, 우울증이나 자폐증, 섭식 장애를 겪는 경우에는 내수용 감각을 인지하는 능력이 저조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내수용 감각에 있어 '적절한 균형'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몸이 보내는 메시지를 인식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균형을 찾기 위해 인지 행동 치료와 같은 마음 챙김 기반의 방법들이 도입되고 있으며, 호흡과 움직임을 통해 거식증이나 통증을 치료하고 환자들이 신체 감각과 다시 연결되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다. 다른 치료법으로는 불안을 치료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감각에 조건부로 노출되는 것을 포함한다.
NIH 산하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NCCIH)의 지부장인 웬 첸(Wen Chen)은 마음 챙김과 같은 유형의 치료법을 통해 내수용 감각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통합 건강에 대한 그녀의 관심 때문에 이 개념은 매우 흥미로웠지만, 신경 생물학자로서 그녀는 주변 연구자들이 내수용 감각의 철학적, 임상적, 심리학적 측면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아무도 그 이면에 있는 근본적인 과학을 파고들지 않는 것 같았다.
첸은 NCCIH의 프로그램 포트폴리오에서 연구비를 지원받던 리버레스를 떠올렸다.
2010년대 중반에 리버레스는 자신의 연구에서 "내수용 감각"이란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위가 늘어나는 것을 감지하고 뇌에 신호를 보내 포만감을 유발하는 기계수용체(mechanoreceptors)라고 불리는 내수용 감각의 하위 집합을 특정했다 . 첸은 2018년 통합 의학 학회에서 내수용 감각의 반응에 초점을 맞춘 임상 연구자 그룹에게 리버레스에게 강연을 요청했다.
"스티브가 그런 종류의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는 그처럼 내수용 감각의 신경회로를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첸은 말한다. "정말 놀라웠어요. 임상 연구와 기초 연구 사이의 단절이 너무나 심각했습니다."
자아 감각 찾기
리버레스의 연구가 내수용 감각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첸이 발견한 이해의 간극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는 뇌와 신체의 주요 통신 고속도로인 미주 신경을 구성하는 세포 유형을 매핑하려고 노력해 왔다. 미주 신경은 심장, 폐, 장, 위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요 장기에 분포하는 감각 뉴런을 포함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수십 년 동안 미주 신경이 뇌-신체 통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추측했지만,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리버레스와 동료들은 생쥐의 미주 신경에 있는 감각 뉴런에 초점을 맞췄다. 그들은 단일 세포 RNA 시퀀싱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수천 개의 개별 뉴런의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여 각 뉴런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더 자세히 알아냈다. 그들은 약 30여 가지 유형의 미주 신경 뉴런을 발견했는데, 각각 미주 신경은 고유한 분자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특정 유형의 정보를 인지한다. 위가 늘어나는 것을 감지하는 기계 수용체가 하나의 예이다. 미주 신경의 다른 유형들에는 호흡과 기침을 제어하고, 혈압과 산소 변화를 감지하거나, 기도가 막혀 헐떡거림을 유발하는 것을 감지한다. 리버레스는 미주 신경에 대해 "뇌로 전달되는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한 자극을 감지하여 생리를 변화시키고, 포만감과 같은 인식을 유발하며, 기분에 영향을 미칩니다" 라고 주장한다.
미주 신경의 뉴런을 해독한 후, 리버레스와 동료들은 그 신호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추적했다. 그들은 형광 분자를 사용하여 뉴런이 활성화될 때 빛을 비추는 2광자 칼슘 이미징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장기가 미주 신경을 통해 뇌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들은 미주 신경 신호의 첫 번째 중요한 정류장이 뇌간, 특히 고립핵(NST)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두개골 바닥에서 미주 신경 감각 뉴런의 세포체는 서로 섞여 있지만, 신호를 전달하는 축삭이 고립핵(NST)로 이동하면서 내부 장기의 지도를 형성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신호는 입력을 분류하는 뇌교핵(parabrachial nucleus)으로 흐를 수 있으며, 척수 및 일부 외부 감각의 정보와 함께 처리된다.
이 신호들은 감정, 기억, 의사 결정과 관련된 더 높은 뇌 영역으로도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며, 이것이 모든 내수용 신호가 의식적인 인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일 수 있다. 일부는 단순히 "감지된 것을 수동적으로 보고"할 뿐이라고 하버드 신경생물학과 교수인 마크 안데르만(Mark Andermann)은 말한다. 모든 신호가 우리 마음의 최전선으로 올라오는 것이 비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만드는 일이 발생하면, 그때 우리는 외부 세계에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로 주의를 돌립니다." 안데르만은 덧붙인다. "그것이 내수용 감각을 이해하는 다음 개척지 중 하나 입니다."
감각에서 인식으로
이러한 신호가 뇌의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막연한 느낌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아마도 불쾌한 기분이나 전반적인 불쾌감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는 가득 찬 방광이나 비어 있는 위처럼 행동을 요구하는 더 구체적인 감정을 유발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내수용 상태에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은 뇌섬엽(insula) 또는 뇌섬엽 피질(insular cortex)이다. 1950년대에 신경외과 의사 와일더 펜필드(Wilder Penfield)는 이른바 숨겨진 피질에 전기 자극을 가하면 환자에게 위장 장애나 가슴에 "두려움의 통증"과 같은 기이한 내부 감각을 유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거의 동시에 다른 연구자들은 뇌섬엽이 미주 신경 자극에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몸은 기본적으로 뇌섬엽 피질로 가는 고속도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안데르만은 말한다. "뇌섬엽은 중요한 경험에 수반되는 내부 감각을 추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안데르만과 동료들은 생쥐에서 내수용 감각, 음식 섭취, 뇌섬엽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하기 위해 광유전학이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이 기술은 생쥐의 뇌섬엽 피질 뉴런에 형광 센서를 추가하여 연구자들이 신경 활동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몇 년에 걸쳐 그들은 포만감, 배고픔, 갈증 또는 다른 내수용 감각 상태와 관련된 특정 패턴을 보이는 뇌섬엽 뉴런을 발견했다.
그들은 또한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생쥐에게 단순히 음식이나 물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뇌섬엽의 신경 활동 패턴에 특정 변화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예를 들어, 목마른 생쥐가 물방울 사진을 보면, 뇌섬엽 피질의 뉴런은 일시적으로 갈증이 해소된 것과 관련된 패턴을 보이다가 빠르게 갈증을 나타내는 패턴으로 돌아왔다.
안데르만은 이것이 뇌섬엽, 그리고 더 넓게는 내수용 감각의 중요한 기능을 나타낸다고 추측한다. 즉, 우리가 특정 결정을 내렸을 때 우리 몸이 어떻게 느껴질지 미리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행동을 조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과를 보면 뇌섬엽은 그것을 먹을 때 어떻게 느낄지 미리 보여주는데, 이는 당신이 얼마나 배고픈지에 따라 달라진다. 당신을 아프게 했던 음식을 보면 잠시 메스꺼움이 다시 찾아옵니다. 또는 하이킹 중에 곰을 만나면 심박수가 증가하고, 호흡이 빨라지며, 손바닥에 땀이 난다. 그리고 다음 번에 같은 장소 근처를 걸을 때, 당신은 다시 그 내장 감각을 느끼기 시작하고 다른 길을 택하기로 결정한다.
새로운 심신 패러다임
이러한 발견은 내수용 감각이 일방통행이 아님을 시사한다. "내수용 감각에 대한 매우 전통적인 정의는 몸에서 시작하여 뇌에서 끝나는 것입니다." NCCIH에서 내수용 감각 연구 이니셔티브를 총괄하는 첸의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뇌가 다시 장기의 신호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것이 피드백 루프입니다."
예를 들어, 배고픔 감각에 관해서는 뇌가 "음식을 소화한 후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제공하는지 측정하는 수동적인 계산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안데르만은 말합니다. 오히려 뇌는 선제적인 변화를 일으킵니다. 뇌는 음식을 소화하기 훨씬 전에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신호를 보내 과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뇌와 신체 사이의 이러한 피드백 루프를 인식하는 것은 질병을 이해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첸은 우울증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이 우리가 뇌 질환으로 생각하는 많은 질환이 뇌 밖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증거가 있으며, 메스꺼움, 고혈압, 요실금과 같은 말초 질환이 때로는 뇌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내수용 감각의 정말 흥미로운 점입니다. 몸과 뇌 사이의 모든 연결을 파악할 수 있다면, 최상의 치료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리버레스, 안데르만 및 다른 연구자들은 내수용 감각이라는 개념이 심장 박동 세기 과제를 어떻게 수행하는가 보다 훨씬 더 미묘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신체의 말초 부위에서 뇌로 메시지를 보내는 수용체나 경로, 그리고 그 신호가 이동할 수 있는 더 높은 뇌 영역에서 중단이나 과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쥐에서 발견된 경로가 인간의 경로와 유사하다면, 이들을 조절하는 것은 "엄청난 치료 잠재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리버레스는 말한다. 예를 들어, 질병 감각과 관련된 경로를 줄여 메스꺼움이나 통증을 치료하고, 장의 감각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섭식 장애 또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과도하게 활성화된 뇌섬엽을 표적으로 하여 공황 장애를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동물에서는 이러한 조절 장치를 켜고 끌 수 있는 약물을 시험해 볼 수 있습니다." 안데르만은 덧붙이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생쥐와 인간이 내수용 감각과 관련된 유사한 유형의 뉴런을 공유한다고 말한다.
내수용 감각을 연구하려면 개별 장기보다는 몸 전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몇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내수용 감각 분야가 너무 광범위 하기 때문에 모두가 지원하기를 조금 두려워 합니다" 라고 첸은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는 최근 몇 년 동안 성장했으며, 과학자들은 미주 신경과 뇌섬엽뿐만 아니라 척수를 통해 이동하는 메시지와 시상하부의 내수용 신호와 같은 신체의 다른 부분에 대한 지도도 만들고 있다.
"아무도 연구하지 않던 분야에서 요즘 신경 과학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얻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놀랍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여정이었습니다." ,스티븐 리버레스(Stephen Liberles), 하버드 의과대학 블라바트닉 연구소의 세포 생물학 교수
"우리가 우리 자신을 연구하고 우리 마음이 우리 몸과 매우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수용 감각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웬 첸(Wen Chen), NIH 산하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NCCIH)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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